들어가며

2025년 11월,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올해 회고록을 써보려 한다. 왜 이렇게 일찍 쓰냐고? 3년 좀 넘게 다닌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어서다. 정리도 할 겸, 회고도 할 겸 해서 이른 회고록을 작성하는 중이다.

퇴직 이유

작년 연초부터 뭔가 이상한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시절 정부 연구과제 비용 삭감은 다들 아는 얘기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회사가 참여 중이던 과제들이 삭감 대상에 포함되어 버렸다. 결국 작년 중반부터 회사 재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내에서는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섰고, 다행히 잠시나마 운영자금으로 쓸 만큼의 투자는 성공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과 올해 후속 투자 유치는 실패했고, 개발해서 판매하던 제품 매출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상황이 상당히 안 좋아졌다.

재정적 이슈 말고도, 사실 회사의 위기는 그보다 더 전인 2024년부터 시작된 것 같다.

AI 서비스 개발 회사인데, AI 서비스보다는 SI에 가까운 외주 서비스 개발로 회사 운영이 바뀌었다. 만약 운영비라도 받으면서 했다면 모를까, 다른 과제에 들어가기 위한 영업 재료로 사용되면서 운영비는 못 받고… 회사 운영자금만 계속 늘어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답답했지만, 결정권자들이 그렇게 경영 판단을 내린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몇 번은 내부에서 우리팀 실적을 가지고 압박이 있어서 “돈을 안 받는데 어떻게 벌겠냐”고 따진 적도 있다. 하지만 팀원 관리나 작업에 내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갔다.

결국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이번 회사 생활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좋아서 오래 다니며 같이 잘 되었으면 했는데, 또 한 번 경력에 엑싯이 아닌 퇴사를 적게 된 점이 참 아쉽다.

아쉬운점

AI 서비스 쪽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잠시지만 미래체형 기능을 일시적으로 오픈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걸 메인으로 B2B2C 형태로 체육관 등에서 사용자의 미래체형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기능을 제안했었다. 운동분석이나 체중계 연동보다는 바이럴 될 확률이 훨씬 높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AI 개발팀 내부 이슈로 기능이 불안정해서 서비스에 적용을 못 하는 상황이 생겼고, 지금까지도 계속 그렇다. 몇 번 더 이야기했지만 결국 지금 이 시점까지도 적용할 수 없었다. 참 아쉽다.

지난 회사에서부터 생각한 거지만, 서비스의 타겟이 흐려지고 엣지가 사라지는 순간 서비스가 추락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타겟이 정밀 측정을 원하는 병원-환자인지, 아니면 좀 덜 정밀해도 흥미 요소가 있는 체육관-운동하는 사람인지 구분했다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퇴직 후 3개월 계획

일단 3년 가까이를 야근에 찌들어 지내서 리프레시가 필요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정리 겸 수익화 용도로 Cursor를 이용한 NestJS 영상을 하나 정도 만들어볼까 싶다.

블로그 글도 틈틈히 주제가 생각나면 쓰고, 이전부터 읽기만 하고 써보지 않은 소설도 써볼 생각이다. (문피아 크리에이터 앱 깔아놨다.)

물론 중간중간 구직활동도 병행할 생각이었는데, (추가: 생각보다 구직이 빨리 되어버렸다. 그래서 강의 영상이나 소설 작성 같은 건 천천히 여유가 생길 때마다 조금씩 진행해볼 생각이다.) 일단은 그동안 못 보낸 가족과의 시간을 좀 보내야겠다. 야근에 찌들어 살다 보니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없었으니까.